꽃이 피는 시기가 9월에서 11월이며 청초한 모습에 「가을 여자」의 꽃말인 구절초는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구절초는 가을에 꽃을 피우기에 가을과 어울리는 단어를 사용하여 많은 시인이 구절초를 소재로 하여 시를 썼고 특히 김용택 시인은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이 오고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이 간다고 했다. 신사임당이 병풍으로 남긴 작품에도 구절초가 그려져 있다.구절초 - 유안진들꽃처럼 나는 욕심 없이 살지만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서리 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가사장삼 입은
학생들과 이별을 앞두고 교직에서의 마지막 읽었던 책이 김훈 작가가 쓴 「공무도하-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였다. 「공무도하」는 죽음이라는 사건에 관련된 자들이 이 세상에 남아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해망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간척지를 개간하면서 갯벌이 마른 곳에는 어김없이 민들레와 쑥부쟁이가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작가의 말대로 40년 6개월의 교직을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이고 남은 시간들이 흩어지는데 나는 또 어디로 가자는 건지.김훈 작가가 난중일기를 토대로 쓴 역사소설 「칼의 노래」에서도 쑥부쟁이
연일 폭염이 내리는 날, 땀이 비 오듯 옷을 적시지만 텃밭 여기저기 둘러보았다.안정옥 시인의 닭의장풀을 보면 /생략공기 껍질 같은 꽃잎을 바삭이며빤히 쳐다본다는 착시에 빨려들 것 같다그래도 꽃잎 속으로 한발 더 들어서면 피보나치의 논리를 따분하게 들어줘야 되듯생략/풀 속에서 닭의장풀과 눈이 마주치는 듯 발견한 파란 꽃잎은 빤히 쳐다본다는 느낌이 든다. 영락없는 어린 시절 달개비 그 모습이다.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줄기는 여러 마디에 꽃은 닭 볏처럼 생겼고 피보나치수열보다는 무리수인 원주율 파이 모양이 보인다.현재 초등학교라 불리는
포르투갈 지역을 방문하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장면은 수도원뿐만 아니라 성당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성모마리아 발현지인 파티마 대성당과 그리스도의 수난을 실감 나게 묘사한 조각품이 있는 봉 제수스 두 몬테 성당인데 성당과는 관계없는 사람도 숙연하게 만든다. marigold는 Marie와 gold라는 단어가 조합된 것으로 성모마리아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 운 좋게도 봉 제수스 두 몬테 성당이 있는 브라가 지역에서 활짝 피어있는 메리골드 군락을 보았다.최명희의 작 「혼불」 마지막 10권에서는 꿈에도 못 잊을 고향의 꽃 중에 메
배반의 역사, 전쟁의 역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인간의 욕망을 읽어나갈 때 눈에 띄는 제라늄은 신트라궁전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오비도스와 코스타노바에서 집마다 벽에 걸린 화분 역시 제라늄이었다.제라늄에 대한 첫 기억은 아파트 1층에서 자투리땅에 부지런히 꽃을 가꾸는 여인네의 모습이 보기 좋아 한번은 화분에 뿌리라고 미생물을 건넸더니 굉장히 고마워해서 상사화 알뿌리를 몇 개 건넸다. 늘 오가는 그 집 화단에서 우연히 본 제라늄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꽃을 가꾼다는 건 여유가 있어 보이고 남에게도 마음을 열어 놓는데 요즘처럼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인 목화는 미국의 소설가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한다. 미국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역정의 내용으로 남부의 목화 농장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가수가 부른 목화밭이라는 가사는 남부 목화밭에서의 갖가지 고달팠던 추억도 지금에 와서는 그립다고 하는 내용이다. 내 어렸을 적 놀이터는 두 가구만 사는 조그마한 산골 뒷동산이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다. 하루는 몇 명이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데 목화밭에 쭈그리고 앉아 배고픈 탓에
이별을 노래하는 조용필의 서울서울서울 가사 속에 우체국 계단에 베고니아가 놓인 장면이 나온다.- 생략-/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그 언제쯤 나를 볼까 마음이 서두네/나의 사랑을 가져가 버린 그대/-생략-/2012년 여고에서 마지막 담임을 할 때 소규모테마형 교육 여행으로 학생들과 의논하여 수학여행지를 정하기로 하였다.대부분 학생이 제주도를 못 갈 바에 강원도를 선호하고 있어서 수학여행지를 정하는데 쉽지 않았다.우리나라 지도에서 아기사슴을 닮은 지역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학여행지를 한센인이
꽃말이 재화와 보물로 불리는 옥수수는 수수가 품질 개량된 작물로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이 이끄는 군대가 강냉이를 군량으로 가져온 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계기가 되었다.강냉이 알갱이가 옥처럼 반들반들하고 수수처럼 생겼다 하여 옥수수라고 불린다.옥수수가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뎌내고 수염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여 수확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옥수숫대를 꺾어서 입으로 껍질을 벗기고 단물을 빨아먹던 기억이 떠오른다.수정될 때쯤이면 옥수숫대 맨 위의 떨어진 꽃가루 때문에 주위가 지저분하긴 하지만 옥수수수염이 꽃가루를 받아서 수정되면 비로소 알
상사화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느 여가수가 불렀는데 가사가 가슴에 와닿아 원곡자를 찾아보니 2017년 드라마 「역적」에서 OST로 나왔다.중략/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우린 이별하며 산다.사랑했던 사람과 시간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되었던, 어떤 방법이 되든 떠나야 한다.간밤에 제자와의 이별을 꿈속에서 보았다.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제자에게 전해주고 뒤돌아서는데 첨엔 무슨 영문인지 모르던 제자가 달려와 가지 말라고 한다. 때가 되면 가는 거란다.오늘 아침-왜 갑자기 아버지
여름날 눈에 들어오는 꽃 중에 능소화가 있다.능소화는 궁궐 담벼락에서 처음으로 임금을 만나고 늘 그 장소에서 임금을 기다리는 소화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야기로 꽃말은 명예, 그리움이다. 양반집에서는 자식의 앞날을 위하여 담벼락에 쉽게 볼 수 있도록 키웠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가 쓴 책에 언급한 내용과 일제강점기에 능소화의 꽃가루는 갈고리 모양, 독이 있다는 둥 가짜뉴스가 돌면서 능소화를 없애 달라는 민원 때문에 능소화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에 와서야 국립수목원에서 「능소화의 꽃가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음산한 쐐기풀은 이 백합꽃을 사랑하고 지켰었다.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5권짜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백합은 프랑스 왕실뿐만 아니라 깨끗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꽃으로 등장한다. 나폴레옹 이후 1832년 프랑스 6월 봉기를 상징하는 꽃으로도 나오지만 팡틴의 딸이자 장 발장이 보살피는 코제트를 백합으로 비유되기도 한다.프랑스 6월 봉기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이 퇴임을 앞둔 내 마음속에서 혼돈으로 다가온다.소설 「레 미제라블」을 읽다가 양재동 꽃시장에서 백합 알뿌리를 구해서 텃밭 정원에 심었다. 내게 다가온 것은 단순히 꽃이 아니
이른 봄에 텃밭을 보면서 올 한해는 무엇을 심을까 망설이다 종묘사에서 여러 가지 섞여 있는 씨앗을 구입하여 아름다운 텃밭을 구상하면서 정원에 뿌렸다.얼마 뒤 여기저기에서 여러 가지 꽃들을 발견하였는데,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날에도 텃밭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것은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네였다. 스마트 폰으로 여러 번 검색해보니 기생초가 확실하단다. 기생들이 춤을 출 때 펼쳐지는 치마 모양 같기도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아내는 신 무용인 부채춤을 연상케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해 언론에서 최악의 가뭄이라고 하며 지방에서는 기우제까지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내보냈다.텃밭에 있는 식물들도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고 블루베리 열매는 예년에 비해 한없이 작아 보이고 루비에스 미니사과는 열리지 않았다.봄에 여러 가지 씨앗을 뿌린 텃밭 한켠에 푸른색의 꽃이 강렬하게 피어있는 걸 보고 반가워서 알아보니 수레국화였다.그리고 얼마 후 괴산으로 워크숍을 떠났는데 날씨가 화창하여 약간의 무더운 느낌이 드는 좁다란 길을 따라 숲속 작은 책방에 도달하였다.정원에 푸른색의 꽃이 있어 다가가 보니 역시 수레
패랭이는 조선시대 천인 계급이나 상제가 쓰던 굵은 대오리로 엮어 만든 갓 모양의 모자이다. 드라마 속의 조선시대 장터에서 장삿꾼이 봇짐과 함께 패랭이를 쓰고 등장한다.또한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화조도에 자주 등장하여 서민적인 꽃을 대변하고 있다. 농작물을 심기 어려운 자갈이 많은 화단 한 켠에 자갈을 골라내고 새로운 흙을 채우고 나중에 수국이 가득한 정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서 경계석을 따라 패랭이 씨앗을 뿌렸다. 패랭이 줄기를 보면 대나무 마디를 닮았고 바위틈에서도 자란다고 해서 패랭이꽃을 석죽화라고도 한다.불우한 자신의 처지
어느 날 대학 후배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나무 기둥에 벚꽃이 둥지를 틀었다. 해마다 나무기둥에서 벚꽃이 피고 졌을 텐데 이제야 발견했다. 잠깐 꽃을 살펴보다가 서둘러 예식장으로 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식의 풍습도 달라지는데 각자 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란 두 사람이 새로운 둥지를 틀어 같은 환경속에서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신부 아버지가 식장에서 딸에게 잘사는 것이 효도라고 당부를 한다. 가수 최백호는 「애비」라는 노래에서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 뿐이다
딸기는 붉은색이고 하트 모양으로 생겨서인지 금성의 상징이자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의 상징이다. 쌍으로 붙은 딸기의 절반을 남녀가 서로 나누어 먹으면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딸기 모종을 텃밭에 몇 년 전에 심었더니 겨울에도 푸릇푸릇하게 잘 견딜 뿐 아니라 잡초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줄기를 길게 뻗어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는 걸 보니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꽃에 대한 얽힌 사연들을 시로 또는 노래로 표현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딸기꽃이 등장하는 「점이」라는 노래는 젊은이들이 입대
Carol Kidd가 부른 Seven Daffodils를 「일곱송이 수선화」로 번안을 하여 1971년에 가수 양희은이 불러 널리 알려진 곡으로 황금빛 수선화로 표현했다. 또 일본에서 2020년에 개봉한 「고양이와 할아버지」에서 수선화밭 장면이 나오는데 고양이와 인간, 자연이 조화롭다. 앞에서 언급한 음악이나 영화는 모두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제주 올레 7코스를 걷다가 수선화를 발견했다.겨울인데도 피어있는 수선화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음날 집에 있는 대문 옆에 한라봉 나무 사이로 피어있는 수선화를 발견했다. 해마다 피고 졌을텐데
우리가 보통 인사를 할 때 건강과 행복을 많이 얘기한다. 그만큼 건강과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일텐데 1970년대 가수 조경수도 「행복이란」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서양민들레다. 종류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대로 받아들여 씨를 맺는 서양민들레와는 달리 토종민들레는 토종민들레 꽃가루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민들레 앞에 붙는 수식어가 일편단심 민들레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민들레는 중심 뿌리가 곧게 뻗기 때문에 다른 일에 흔들리지 않고 한가지에만 절개를 지킨다는 의미로 일편단심 민들레라
교정을 순회하다 활짝 핀 목단을 발견한 순간, 숨이 턱 막힌 느낌은 커다란 꽃에 압도당한 듯하다.목단이 화단에 꽤 오래 자리잡고 있었을 텐데 해가 네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발견을 못한 건 그동안 꽃이 잘 보이지 않은 곳에 있는 탓이리라. 꽃에 가까이 가봤으나 역시 향기가 거의 없었다. 목단의 종류도 다양하여 다른 꽃보다 향기가 덜 나는 꽃임에는 분명하다. 선덕여왕이 즉위할 때 당나라에서 축하의 의미로 목단꽃을 그린 그림과 목단씨앗을 선물하였다. 선덕여왕은 나비가 없는 그림을 보고 목단은 향기가 없는 꽃이라고 예측을 하였다. 왕자의 품
2022년 성탄절에 타개한 조세희 작가 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팬지는 난장이를 의미하는 꽃으 로 등장한다. 난장이네 가족은 화단에 팬지를 심고 화분에도 팬지를 심었다. 난장이의 막내딸은 팬지 앞에서 줄 끊 어진 기타를 치고 영호의 꿈속에서 막내동생 영희가 팬지 꽃을 공장 폐수에 던져버리는 장면은 뒤 에 영희의 돌이킬 수 없는 순수함을 잃 어버린 것으로 생각된다.팬지의 꽃말이 「나를 생각해주오」라고 하니 영희의 처지를 잘 말해주는 듯하다. 봄날, 밭으로 가는 길에 야생화 단골집에서 팬지 몇 송이를 얻어 텃밭에